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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imagine

2022.12.07.-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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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전경, <Re:imagine>, 오분의일, 광명, 2022

꿈은 무한한 상상을 만들며 인간의 감정과 정신 그리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생명력을 불어넣는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유명한 존 레넌의 [Imagine]'은 무정부, 무종교를 비롯해 사랑과 평화 그리고 반전을 노래한다. “it’s easy if you try, it isn’t hard to do” 이 아름다운 노래의 반복되는 메시지와 달리, 상상의 무게는 바쁜 현대인에게 늘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 구조적인 발전과 함께 세련된 삶을 양태 해왔지만, 오늘날의 현대 사회는 더욱 화려하고 진보된 스마트한 도시를 꿈꾸고 있으며, 고도의 기술과 함께 사회의 계층분화를 포함하는 복합문화에 대한 편집증적인 양상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간의 찬란한 문명과 사회는 끊임없이 변하고 발전해 왔다. 인간의 이데아는 계속해서 유동적으로 변모했고 또한 변증법적 사고방식을 통해 훌륭한 문화유산을 이룩해왔다. 전쟁을 통해 인간과 사회, 문화재는 때론 붕괴하였으며 침탈당하거나 재건되기도 했다. 이러한 인간 문명사회는 마치 끊임없이 흐르며 변화하는 액체(liquid), 그리고 고체(solid)에 머무르며 다시 액체로 돌아가는 일련의 사이클(cycle)의 연속과 같다. 전시 <Re:imagine>는 ‘인간 문명’, ’문화유산’과 ‘차원의 회귀’라는 연구이다. 2019년 코로나 펜데믹 상황 속에서도 고도의 도시개발은 끊임없이 이루어졌다. 지난 2021년 6월 인사동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조선 전기 과학기술의 면모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흙 속에 매립되어있던 다양한 과거의 유물은 그 시대 상황을 유추할 수 있어 단지 과거의 흔적의 심벌로서 기능이 아니라 당대 역사와 문화를 현재로 이어주는 중요한 차원의 매개체이다. 작가는 이 유물들이 현대사회에서 단순히 교육적인 기능을 떠나서, 어떻게 ‘현대미술로 해석해야 할 것인가?‘ 라는 질문과 함께 우리가 꿈꾸고 상상하며 구현해 온 심상의 이미지를 전시를 통해 다시 묻고자 한다.

<잠의 신>, 설탕캐스팅, 이소말트, 식용색소, 할로겐 조명 100w 좌대 위에 설치, 2022

그리스 로마신화를 차용한 프로메테우스(선지자)와 히프노스(잠의 신)의 고대 석상을 재현한 작가의 작업은 전반적으로 소멸의 사이클과정을 담고 있다. 작가는 전쟁으로 떨어져 나간 히프노스의 한쪽 날개를 불면증으로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며 꿈조차 꿀 수 없는 불완전한 현대인으로 비유한다. 더구나 이 설탕조형물은 시간의 서사에 따라 전시장에서도 서서히 형태가 무너져 내린다. 한편 bird feed로 구성된 프로메테우스는 마치 그리스 로마신화 속 제우스의 저주처럼 현대인의 무관심 속 도시에 운집되어 있는 비둘기들에게 뜯기고 마모되는 과정을 담은 비디오와 영상 속 오브제를 전시장에 함께 설치하였다. 작가가 주목하는 주변환경에 대한 다양한 비유의 방식은 ‘황야의 Wanted’로 연결된다. 일반적으로 황야는 인간의 활동으로 개간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연상하지만, 콘크리트로 지은 도시에도 황야란 개념을 적용한다. 즉 미학의 고전주의적 입장에서 황야는 인간 문화의 반대 극단에 놓인 공포와 경외의 자연이지만 그것은 또한 인간 문화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인간은 황야를 정복함으로써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지만, 물질문명의 홍수 속에 현대도시는 오히려 더욱 말라 버린 정신문명의 황야를 떠올리게 한다. 더구나 낡은 건물을 부수고 도시의 땅을 파헤치며 다시 황무지로 만들고 그 과정에서 매립된 유물을 발견하는 것을 우리는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이것은 문명 속 다시 문명화(Recivilization)라는 사이클의 방법론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점을 시사한다. 이미 물질문명이 넘쳐나는 서울 도심에서 마치 황무지를 개간하다 보물찾기하듯 나온 유물은 서부영화 지명수배자의 명단처럼 또 다른 발굴 혹은 도굴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슈는 유물이 가진 시간성과 황야의 개념에 다시 한번 아이러니를 낳는다. 

<발굴>, 토우캔디, 설탕 안 설치, 나무틀, 36×43×6cm, 2022

<Fragment>, 점토, 이소말트, 식용색소, 나무틀, 36×43×6cm, 2022

<Kirschenberg(Church Hill)>, 컬러시멘트, 61 set, 2022

<비역사적 유물>, 나무 구조물에 설탕도자기, 설탕, 식용색소, 설치, 130×100×30cm, 2022

<황야의 Wanted>, 사진 꼴라쥬, 종이 위에 inkjet print, 25.7x36.4cm,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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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schenberg(Church Hill)>, 편백나무 합판, 목봉, 60x180x180cm, 2022

<Prometheus>-괴테의 시, 나무패널, 텍스트 위 아크릴스프레이, 16x22cm, 2022

<Prometheus>, 버드피드, 씨앗, 젤라틴, 라드유, 테이블 위에 비둘기 깃털, 조각상 설치, 180x80cm, 2022

<Prometheus>, 버드피드, 씨앗, 젤라틴, 라드유, 테이블 위에 비둘기 깃털, 조각상 설치, 180x80cm, 2022

Prometheus, HD Video, 21:30 Min, 영상 2022

<Prometheus>, HD Video, 21:30 Min, 영상 2022

<Prometheus>, video capture

작가는 동시대의 양극화 속에서 등한시되는 사회적 가치, 소외된 우리 주변의 문화유적 혹은 자연환경의 이슈에 집중한다. 이렇게 제시된 현대사회의 단상에 관한 물음을 바탕으로 작가의 유동적으로 늘어지는 설탕오브제로 재현되며 설치작업으로 반영하였다. 이 다양한 물성의 재료와 미디어의 조합은 새롭게 재시각화된 구상(Re imagine)으로 전시에 투영되며, 문제시된 사회 단면의 대상을 희화시킨다. 잊혀진 과거의 시대상의 유물들은 시공간을 초월해서 현대사회에 늘 공존해왔지만, 오히려 현대인은 쉽게 인지하지 못한다. 출토되는 유물은 사회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일반적으로 단발성 이슈를 띄고 있다. 하지만 출토된 유물들의 고도성장한 도시의 주변환경을 자세히 관찰한다면, 유물과 현대도시라는 이 극히 강한 대비는 우리의 현 위치를 잘 알려준다고 생각한다. 이런 사회적인 접근을 유물이라는 대상을 통해 새로운 물성과 다양한 매체의 실험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스테레오 타입식의 미술 방식 및 유물의 관념을 새롭고 재밌게 전복시키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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