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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야로 도주

Escape to the Wilderness

2023.12.15.-2024.01.28

"오직 눈앞에 있는 것만이 우리에게 확신을 주니까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다면 확실성이 부여되긴 해도 그렇다고 그게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경우는 드물어요.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부터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는 당위성이 있나요? 그런데도 우리는 서둘러 또 다른 당위를 만들어내죠. 편리한 게 좋으니까요. 그게 당연하다면 일이 쉬어지니까."

 

-영화 <카우보이의 노래 중>, 코엔 형제

스파게티 웨스턴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감독 세르지오 레오네의 영화에서는 <옛날 옛적 서부에서>는 황야를 생존과 탐욕에 의해 돌아가는 무법천지로 연출하고 도덕적인 메시지를 주지 않는다. 또한 일반적으로 서부를 그리는 대부분의 황야를 테마로 한 영화를 살펴보면 삶에 환멸을 느끼고 황야를 떠도는 주인공과 드라마의 정점을 올리기 위한 복수극이 존재한다. 이 시나리오들은 마치 바쁜 현대사회를 일축하며, 오늘날 현대인에게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자신이 사는 시대와 사회에 낯선 감정을 느끼며 고독한 방황을 더불어 현대 문명과 기술 발전에 염증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에게 '불확실성'이란 존재할 수 없고 확실성이 부여되어도 편의를 위해 그 안에 짧은 당위성을 부여한다. 일반적으로 황야는 인간의 활동으로 개간되지 않은 자연환경을 연상하지만, 콘크리트로 지은 도시에도 황야란 개념은 적용된다. 즉 미학의 고전주의적 입장에서 황야는 인간의 문화의 반대 극단에 놓인 공포와 경외의 자연이지만 그것은 또한 인간 문화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었다. 황야를 정복함으로써 인간은 문명을 이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질문명의 홍수 속에 현대도시는 오히려 더욱더 말라 버린 정신문명의 황야를 떠올리게 한다.

 

지난 2021년 6월 인사동 재개발 공사 현장에서 조선 전기 과학기술의 면모를 보여주는 귀중한 유물이 출토되었다. 흙 속에 매립되어 있던 다양한 과거의 유물은 그 시대 상황을 유추할 수 있어 단지 과거의 흔적의 심벌로서 기능이 아니라 당대 역사와 문화를 현재로 이어주는 중요한 차원의 매개체이다. 하지만 원인적으로 들춰 보자면, 노후한 건물을 부수고 땅을 파내며 도시개발을 한다는 건 땅을 파헤치며 황무지로 만들고 유물을 발견하는 과정은 다시 문명화시키는 방법론이 끊임없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미 물질문명이 넘쳐나는 서울 도심에서 마치 황무지를 개간하다 보물 찾기하듯 나온 유물은 서부영화의 지명수배자의 명단처럼 또 다른 도굴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네러티브는 유물이 가진 시간성과 황야의 개념에 다시 한번 아이러니를 낳는다. 드넓은 황야와 도시 문명 속 발견된 유물이라는 상관관계는 상이하지만 깊은 연관관계를 갖는다. "진정한 황야는 있는가?" - 질문 속에 이 프로젝트 계획은 황무지의 콘크리트 도시에서 도주할 수 없는 현대인의 황야를 다뤄보고자 한다. 또한 작가는 이 유물들이 현대사회에서 단순히 교육적인 기능을 떠나 어떻게 ‘현대미술로 소비될 것인가?’에 의문을 품고 프로젝트에 접근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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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이지 않은 유물 & 흘러내리는 유물들>, 흑토, 까먹이 소성 1250도, 설탕도자기, 펜던트조명, 흙 위에 설치 나무 & 구조물, 가변크기, 2023

<역사적이지 않은 유물 & 흘러내리는 유물들>, 흑토, 까먹이 소성 1250도, 설탕도자기, 펜던트조명, 흙 위에 설치 나무 & 구조물, 가변크기, 2023

<역사적이지 않은 유물들 & 흘러내리는 유물들>, 흑토, 까먹이 소성 1250도, 설탕도자기, 식용색소, 펜던트조명, 흙 위에 설치, 가변크기,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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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이지 않은 유물들 & 흘러내리는 유물들>, 흑토, 까먹이 소성 1250도, 설탕도자기, 식용색소, 펜던트조명, 흙 위에 설치, 가변크기, 2023

<황야의 Wanted> (collage series 30 pieces), 종이 위에 피그먼트 프린트, 25.7x36.4cm, 2023

<역사적이지 않은 유물들 & 흘러내리는 유물들>, 흑토, 까먹이 소성 1250도, 설탕도자기, 식용색소, 펜던트조명, 흙 위에 설치, 가변크기, 2023

<Structure III & 역사적이지 않은 유물>, 유공소호, 조형토, 1250 단재벌 후 까먹이 소성, 시멘트, 각재, 2023

<흘러내리는 유물들>, 설탕도자기, 식용색소, 나무 구조물 위에 설치, 가변크기, 2023

 

<황야로 도주-삼쌍단지편>, 백제 쌍단지 유물을 재해석한 삼쌍단지를 불특정 재개발 장소에 부장하는 프로젝트 영상, 15:07 Min,16:9, 2023

<삼쌍단지사지층탑>, 나무합판 위에 컬러시멘트 레이어, 복제된 삼쌍단지 설탕캐스팅 도자기, 탑 위에 설치 120x240x120cm, 2023

유토피아가 아닌, 김민경

과거에서 현재 그리고 미래로, 유사–유물의 미학, 장진택

평론 황야의 모래알, 유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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